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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만 보고 돌아온 지리산 둘레길 (3~4코스 일부)떠나자! 국내 여행 2013. 8. 27. 17:43반응형
맛만 보고 돌아온 지리산 둘레길 (3~4구간 : 상황마을~동강마을)
지리산에서의 첫째날의 마무리..
휴가의 첫날, 구룡계곡에서 트레킹을 마치고 상황마을의 게스트 하우스에 일찌감치 짐을 풀고 맥주를 한잔했습니다. 아무래도 첫 날의 장거리 운전에 이은 계곡 트레킹에서 무릎에 다소 무리가 왔기 때문입니다. 몸이 말을 안들게 되는 그 때에 나이를 먹어감을 느낀다던가요? 올 해 초의 지리산 종주와, 계곡 트레킹에서 무릎에 절로 찾아오는 고통에 나이를 슬슬 실감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나이를 실감하며 절절한 자괴함에 빠져만 있기에는 땀에 절어버린 티셔츠를 벗고 샤워를 하고 나와서 맥주를 한 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니 이것의 재미가 더 큰것을 많이 느낍니다. 둘이 앉아 요즘의 사는 이야기, 자신의 생각, 주변의 가쉽등을 이야기하다보니 상황마을에서의 저녁은 어느덧 어두워져 밤 하늘의 별빛이 저희 테이블에 내려앉아 오는것만 같습니다.
테이블을 정리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헤치고 올라가 칠흑같은 길위에서 하늘을 쳐다보니 아래에서 보았던 그 별들보다 몇배는 더 많은 별들이 하늘에 틈도 없이 자리잡고있었습니다. 저 별빛의 향연을 보기까지의 기간이 10년이였습니다. 서울에서만 살던 제가 별빛의 향연을 처음 본것은 강원도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이였고, 그 날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였지만 삶의 피곤에 치여있다는 핑계로 회사와 집만 오가다가 작년에 지리산의 대피소에서 10년이 넘은 세월이 지나서 본 별들은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무엇인가를 저에게 던져주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맛보기
원래의 둘레길의 코스는 3코스과 4코스, 5코스을 각각 하루의 일정씩을 잡고 다녀오려고 했었다가 수어번의 계획 수정을 하고 결국 계곡에서의 하루와 둘레길에서의 하루로 바뀌었습니다. 혼자하는 여행이 아닌 이상에야 일행의 스케쥴에 맞춰야겠지요. 보통 4구간은 금계에서 시작하지만 저희는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해 있는 3구간 중간의 상황마을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의 지리산 둘레길에는 뜨거운 햇살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곳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매우 많이는 아니구요 ㅋ) 해바라기의 노란 꽃잎은 상큼한 느낌을 전달해주는것 같습니다.
둘레길의 자연은 지리산 등산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줍니다. 시골의 정취와 자연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그런 관찰적이랄까? 올라가고 또 올라가겠다는 등산(저에게 등산이란? 그런것입니다 ㄷㄷ) 보다는 걷는다는 것에 대한 매력은 이런 것이라 생각됩니다. 걷다 멈춰 사진찍고, 걷다 멈춰 바람을 쐬며 쉬고, 걷다 멈춰 이야기를 나누고... 느낌 아니까~
마천면의 다락논은 예전에 CNN에서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 Best 50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헷갈리는 것이 거기서 말한 다락논이 삼봉산쪽의 다락논인지 창암산쪽의 다락논인지 모르겠습니다. 둘 다를 지칭하는 것일까요? ^^ 창암산쪽의 다락논은 길 건너에서 보았기 때문에.....
여기 이후부터는 등구재인데, 등구재는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을 건너는 길목입니다. 옛날에는 함얀에서 제안재와 오도재, 그리고 이 곳 등구재를 넘어서 남원으로 왕래하였다고 합니다. 등구재는 거북등을 닮아 등구재라 이름이 붙여졌으며 인월장 보러 가던 길, 새색시가 꽃가마를 타고 넘던 길이다. 둘레길 이전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겠지만 이제는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그 길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숲속의 작은 동물들의 샘터, 원래의 목적은 논에 댈 물을 저장하기 위한 곳이지만 야생동물들이 물을 마시고 목욕도 하게되는 또 다른 생명의 오아시스가 되었다고 한다. 낮에는 새들도 많이 온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일행의 뒷면에 따라오던 어느 가족의 가장이 어찌나 '으허~' '야~호' 이런 소리를 어찌나 질러대시던지... 매너가 정말 없다고 생각을 많이 했다. '얘들이 배운다고 이 양반아~ 너의 일탈적 행동이 남의 평안까지 해치는건 자유가 아니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우리는 또 묵묵히 길을 따라 걸어갔다.
지리산 둘레길 이용수칙
지리산 둘레길은 자기 성찰과 공정여행, 책임여행의 걷는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약속. 하나! : 스스로 준비하고 책임지는 여행을 합니다.
약속. 둘! :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길의 상태, 기상조건 등 안전사항을 확인합니다.
약속. 셋! : 폭우, 폭설, 폭염 및 야간 (동절기 5시, 하절기 6시 이후)에는 안전을 위해 걷지 않습니다.
약속. 넷! : 뭇 생명과 마을 주민,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길을 걷습니다.
약속. 다섯! : 함께 가꾸어 가는 지리산 둘레길
- 농작물 보호
- 쓰레기 되가져 가기
- 길 위의 특이 사항, 문제점 신고하기
쉼터
상황마을에서 등구재를 넘어오면 간이 판매대와 벤치가 있는 쉼터를 발견할 수 있다. 여름은 성수기가 아닌지 (하긴 너~~~무 더워서 오가는 사람도 보기가 힘들었다) 열어놓지 않았지만... 하여튼 등구재를 넘어 힘이 잔뜩 들어간 육체를 잠깐이나마 쉴 수 있었다. 등구재 넘어부터는 전체적으로 그늘이 없고 콘크리트 길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땀이 쉴새없이 떨어내린다. 그래도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등을 앞으로 밀어준다.
벤치가 없다고 쉴 곳이 없겠는가? 그냥 자리에 털썩앉아 주변을 구경해도 좋다. 다만 여름이라 엉덩이가 쬐금 뜨거울뿐이다. ㅋ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 한복판에서 보도에 주저앉아 넋을 놓고 있다면 모든 사람이 쳐다보면 수근대겠지만... 이 곳은 그냥 나의 모습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 그래서 여기가 좋다 ^^
그 내리막 길을 내려오니 오두막이 보인다. 선선한 가을이였다면 잠시 누워서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축냈을것만 같다.
중간에 만난 매점겸 숙소, 목이 너~~~무 말라서 우리는 시원한 커피와 콜라를 사먹었다. 오아시스를 만난것만 같다. ^^ 다시 힘내서 걸어보자~
잠깐! 지리산 둘레길은 지역주민의 동의와 양해로 조성되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마주치는 농산물 농부의 땀과 정성입니다. 여러분들이 함께 지켜주세요. 농작물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해당 마을의 마을 이장님께 문의하시면 됩니다. [둘레길 표지판中]
야생짐승에게서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함인가? 둘레길 탐방중인 여행객의 몹쓸 손을 경계하시는 것일까?
나의 집 앞으로 이러한 둘레길, 탐방로, 벽화마을등이 생기면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것인가? 이번 여행에서 이런것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현재의 판단으로는 그러한 벽화마을등 시끌벅쩍해진 그런 곳에서는 아마 살지 못할것만 같다. 나의 삶터가 파헤쳐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둘레길을 허락해주신 지리산의 거주민분들에게 무한 감사를 보내며, 조용히 경치를 둘러보며 지나간다.
빨간색과 검정색의 화살표
걷다보면 길을 잠시 헷갈려할 곳이 간혹있다. 그럴때면 이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찾아보자. 빨간색은 정방향이고 검정색은 역방향 표지판이다. 사실 빨간색으로 많이 가는것 같지만 역으로 가는 그 길의 맛도 다른건 분명하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자 정면과 다른 세상을 볼수도 있다.
가재
마지막으로 가재를 보았던게 어느 때였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아마 중학교 아니면 초등학교 때에 북한산에서 본거 같은데 그 세월이 벌써 20년이다. 하긴 요즘의 북한산은 물가에 내려가는게 허용안되는 곳밖에 못본거 같다. 자연보호가 나의 호기심 충족과 재미보다는 더 중요하니... 하여튼 그 오랜 세월만에 만난 녀석과의 포토 타임을 가볍게 가져보기로 했지만 제대로 나온게 없다.
나를 쳐다보는 것들
지붕 위에 올라서서 나를 보고 짖어대는 개, 완전 귀여운 강아지가 졸래졸래 뛰어나오는 마당, 음메~ 하며 돌담위에 소, 하하!! 이걸 서울에서 볼 수 있나?
'사진 찍어도 되니?' 혼잦말과 함께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특히 카메라 응시해주신 소님 감사해~
지리산 둘레길 함양군 안내센터
이제야 3군간을 마치고 4구간의 길을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점심 시간내외가 되었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서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냥 핸드폰과 가방이라면 비를 맞고 갈텐데 카메라가 너무 신경이 쓰여서 큰일입니다.
일단은 배가 슬슬 고파졌기에 근처에 있는 음식점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점심을 먹은 흑돼지 주물럭집입니다. 별도의 포스팅을 하기에는 사진이 별로 없어서 그냥 언급하고 지나가는 방식으로 하겠습니다. 솔직히 이 여행의 전체를 통틀어서 이 날의 점심에 먹은 흑돼지 주물럭이 가장 맛있었던것 같습니다. 나중에 혼자간 통영에서는 워낙에 못먹고 지냈지만, 지리산에서는 전날에도 주물럭도 먹고 잘 챙겨먹었는데 시장이 반찬인지 완전 폭풍 흡입하고 말았네요... 특히 더운 날이였기에 차가운 동치미에 완전 홀딱 빠져버려서 몇번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ㅋ
코스에서 벗어나!
오후 예정 코스인 금계-동강 코스에서 벗어나서 차도를 통해 걷기로 했습니다. 중간에 비가 많이오거나 하면 버스를 타고 이동할 생각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그냥 바로 숙박 장소로 들어갈려고 마음을 거의 굳혔으나 동행이 그래도 가자! 라고 했기에 나도 그럼 Go! 라고 외쳤지요..
아! 이 위의 바위 사진 뭘로 보이시나요? 길을 걷다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의 성모 마리아 상인가?'라고 머리속에 떠올라 자세히 봤더니 그냥 돌이더군요... 비약이 너무 심한가요? ㅋㅋ 그냥 그 때의 마음을 그랬다고요 ^^
G.G!
땀이 비처럼 쏟아지고, 비는 조금씩 오고 마지막으로 차도로 걷는게 너무 위험해 보여서 (제가 차도로 걷는건 매우 안조아해서...) 일정을 일찍 마치고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정말 몇 시간만 맛만 보았군요....
가을에 아니면 적어도 내년 봄에는 꼭 다시 오자!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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